2008/06/07 12:33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결국은 내가 인간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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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더스북
정가: 만원
대형 마트를 방불케 하는 대형 서점에서 길을 잃고 있노라면 어김없이 드는 생각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찾을 수 없는 것도 있다. 바로 ** 단편 소설, ## 성장기 소설이라고 흔히 붙던 책의 장르에 대한 장벽 같은 정의이다. 소설은 있음직한 허구라고 국어시간에 배웠다. 이 책의 소재들은 있음직한 것을 넘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므로 수필이다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저자인 박경철 의사는 자신을 스스로 전달자일 뿐이라고 소개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상하다. 그는 담담히 아는 이야기를 전한다고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들어본 적 없이도 너무나 잘 아는 것처럼 느껴지는 우직한 시골의사의 목소리가 마음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내용과도 관련이 없는 설명이 주절주절 길어지는 것은 선물받은 계기도 특별하거니와 (후에 설명) 읽는 동안 눈물을 흘린 두 번째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크기의 차이만 있을 뿐 영리기업이라고 생각했었다. 별의 별 사람들이 다 드나드는 곳일 것이다. 초등학교 동창이 알코올 중독이 되어서 나타나기도 하고, 경찰이 배가 아프다는 피의자를 데려와서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한 남편이 애인을 데리고 와서 한 시간 전에 왔다간 부인과의 맞고소를 위한 진단서를 떼어가는 곳. 병원 건물이 생기면서 과일을 팔 곳이 없어진 부부는 병원 앞에서 허가 받고 과일을 팔며 철마다 과일을 자진상납하고 철 없는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서 각목을 지팡이 삼아 들고 다니시는 할머니가 가시라도 막아볼까 반창고를 얻으러 오는 곳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옳고 그름을 떠나 그냥 이렇게 유성 물감처럼 뒤엉켜 움직이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작가, 아니 시골 의사는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비극이며 희극이라고 정의하기에는 매 순간이 눈물인 듯 진주인 듯 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그는 한숨을 섞어 그러나 힘차게 이야기한다.
어려운 이야기는 돌아가고 숨기기도 하면서 한 없이 당당하기만 할 수도 있을 텐데 그는 묵묵히 수사어구 하나 없이 책 한 권을 적었다. (썼다라는 말보다 적었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이런 솔직한 알맹이의 그는 그냥 사람답다. 사람다운 사람이 사람의 이야기를 쓴다는 목적으로 책을 썼으니 읽는 이도 자신을 자꾸만 돌아보게 된다.
대통령도 되고 외교관도 되고, 의사도 되고 뭐든 꿈꿔도 되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포기를 배워가는 과정이라는 것인가를 고민하던 대학 3학년이 되던 봄, 흐드러진 벗꽃 나무 아래서 친구와 나는 성형수술을 고민했다. 그래 솔직하자. 예뻐지고 싶었으니까……
그 욕심을 버리는 데는 여전히 더 많은 시간과 내공이 필요할 것만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린 비로 하수구를 막고 있는 꽃잎들을 보며 우리는 ‘예쁜’ 사람보다 ‘고운’ 사람이 되자고 약속했다. 우리는 이제 막 겨울을 보내고 초록 싹을 자랑하는 것뿐이니까.
그러나 ‘곱다’는 말보다 ‘예쁘다’는 말을 선호하는 세상이고, ‘착하다’는 말보다 ‘잘났다’는 말이 듣기 좋은 시대에 태어난 죄인이기 때문일까? 아는 것이 병이기 때문일까?
내가 아는 젊은 부모는 아이가 조금만 아프면 병원으로 달려간다. 볼 때마다 아이가 약을 먹고 있어서 건강염려증이 심각하단 뉴스가 먼 이야기가 아니라며 혀를 차곤 했었다. 어째서 이 사람들의 ‘혹시라도’는 자신이 암일까봐 병원을 찾지 못한 <착한 춘희씨>의 ‘혹시라도’와 달라서 내 마음을 무겁게 했을까? 하루 종일 일을 하고 곯아떨어진 착한 남편의 얼굴을 보면서 ‘혹시라도’ 병원에서 암이라고 하면 이 사람은 어쩌나라며 아픈 가슴을 두드렸을 춘희씨와 그에게 길어야 6개월이란 말을 차마 하지 못한 ‘잘나지 못한’ 의사 때문에 잘나지도 그렇다고 착하지도 못한 ‘고운 사람 지망생’은 휴지 한 장을 써버렸다.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는 극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긴 영어단어를 줄줄이 내 뱉는 의사가 선호 전문 직종이기 때문이며, 연예인들의 조각 같은 얼굴이 흰 가운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는 삐딱한 시선을 보내보았다. 그러나 실제로 친구들이 레지던트가 되면서, 점점 가까운 분들을 위해 장례식장을 드나들면서 의학 드라마가 인기가 있는 것은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관련되어 있는 죽음을 주제로 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은 피부와 피부 사이에서 일어난다.
죽음은 종교도 나이도 성별도 구별 없이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 누군가를 떼를 쓰고, 누군가는 지나치게 덤덤하며, 또 누군가는 부정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어떤
눈을 떴더니 흰 방에 있다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라는 무의식을 감정하는 질문에 나는 답답해서 어떻게든 나갈 방법을 생각하겠다고 했다. 죽음을 부정하는 행동이란다. 이 책을 읽으며 난 울었지만 그 것은 슬픔이라기 보다는 절망감이 반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음기회와 미래에 확신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청춘인데 그것이 확신이 아닌 희망이 되는 순간을 생각하자 가슴이 너무나 답답해졌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은사님께서 초등학교는 왜 다녔냐고 물으셨다. 답은 간단했다. 중학교를 가기 위해서, 중학교는 고등학교를 위해 고등학교 3년은 대학진학을 위해 바쳤다. 그럼 대학은 왜 다니는가?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다닌다고 대답한다면 문제는 더 까다로워진다. 직장은 왜 다니는가? 돈을 많이 벌려고? 다음은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려고? 마지막으로 넉넉하고 편안한 노후를 위해서? 이런 질문을 순차적으로 해보면 우리 모두는 결국 죽음을 위해 살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다다르고 더 이상 입으로 하는 대답은 무의미해졌다. 그리고 나는 잊었던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라는 은사님의 마지막 가르침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상기시켰다.
여자들은 자꾸 강해지고 남자들은 자꾸 운다. 심지어 사극에서 왕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여자라서 약하단 말이 듣기 싫은 나는 웬만하면 울지 않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제는 누군가 힘들어 하면 같이 울어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도 도저히 눈물이 나오지 않아서 고민일 정도로 말이다.
머리가 커갈수록 누군가를 이해하는 척하는 기술 - 눈물이 필요한 상황임을 인식-은 늘어갈지 모르나 누군가를 공감하고 위로한다는 것 -실제 함께 울어주는 일- 은 어려운 일이다.
우연히 강연회에서 만나 병원에 가보라고 권했는데 검사 결과가 암 말기라며 6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소식을 전한 30대 여성와 아무 말도 못하는 시골의사 사이의 가벼운 인연의 무거운 장난. 너무나 인간인 의사는 적당한 말을 찾아 머리 속을 헤매 보지만 정답이 어디 있으랴? 이렇게 때로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터득해가는 것이 성숙인가보다. 철이 들수록 말로 하는 위로보다 자꾸만 가슴으로 껴안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책의 제목은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이다. 저자는 그 특유의 투박해서 더 깊숙이 오래도록 남는 어조로 그들은 세속적 기준을 달성한 것은 아니지만 삶을 한 순간도 허투루 여기지 않는 삶을 살았으며 그 삶에서 인생을 배운다 라고 못 박는다. 아픔은 상대적이며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이 얼마나 아픈지를 알 수는 없다. 물리적으로 같은 자극을 받는다 해도 어떤 이에게는 가벼운 접촉일수 있고 다른 이에게는 입원할 정도의 충격일 수도 있는 것이다. 마음에도 굳은 살이 생겨서 덤덤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면서 그렇다면 남은 생이 길지 않은데도 고통이 심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하는 환자의 굳은 살이 두텁기만을 바랬다.
딸을 얻고서야 부모님의 마음을 알았단다. 뻔한 이야기지만 이 의사는 동시에 환자의 마음까지 알게 되었다. 후두개염은 별거 아니라며 집으로 극구 돌려보내놓고 자신의 딸을 위해서는 밤잠을 설치는 모습은 이중적이라기보다 인간적이다. 이 책을 나중에 딸이 읽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좋은 아빠인지를 자랑할 궁리를 하면서도 한 켠으로 부모님이 이 책으로 인해 자신을 얼마나 자랑스러운 아들로 여기실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는 그의 담담한 어투가 시골에 계신 부모님에 대한 죄송을 또 한장 휴지에 얹어 내 눈시울을 지긋이 짓누른다.
몇 년 전부터 책을 읽고 나면 이틀쯤 뒤에 생각나는 구절과 느낌을 간략히 써둔다. 이 것은 순수하게 나를 위한 작업이다. 하지만 이 고등학교 이후 처음 써보는 독서감상문을 통해서는 서툴게 쏟아놓은 감정들을 통해 누군가 이 책을 찾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전해졌으면 하는 또 다른 바램을 갖고 있다.
취업 준비 생으로써 깜깜한 길을 가야 하는 내 상황의 무거움이 어우러져서 책장이 더 무거워지고 그 무게가 눈물샘을 자극한 것일지 모른다는 고민도 잠깐 해 보았으나 그런 고민조차도 정말 무덤덤하게 실어놓은 저자를 한번 따라 해보기로 했다. 그 차이가 사람이니까. 채우고 비우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인생이고 우연히도 내가 택한 책의 제목이 <당신에게 배웁니다>이므로.
다들 취업 준비 스터디그룹을 찾아 다닐 때 좋은 사회를 만들어보자며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하는 대학생 모임을 찾아갔다. 그 모임에서 열심히 해보라며 선물 받은 이 책과의 특별한 인연은 내가 붐비는 플랫폼에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던 이유가
결국은 내가 인간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으로 일단 마무리 할까 한다.




+ Comments
매 순간이 눈물인듯 진주인듯..
이거 파티때 준 책이잖아! ㅋㅋ
응~ 그 때 본거야~ 특별한 인연이라니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