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01 21:13
[scrap] 윤리적 소비 패션계 새 유행으로
주부 이나영(32)씨는 최근 삼 껍질로 짰다는 카디건을 선물 받았다. 선물을 준 친구는 “면화를 기르는 데는 농약이 유난히 많이 들어가고 가공에도 화학약품이 꽤 필요하다”며 삼 껍질의 유익함을 설명했다. 옷에는 ‘지속가능하며 생분해되는 제품(Sustainable/Biodegradable Product)’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 이씨는 그런 선물을 준 친구가 왠지 멋져 보였다.
어린이 노동력을 착취해서 만든 카펫이나 티셔츠, 축구공 사지 않기, 노동자에게 제대로 품삯을 주지 않고 채취한 커피나 화장품 원료를 쓴 제품 사용하지 않기…. 1950, 60년대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공정 무역(fair trade)’ 개념을 근간으로 1990년대 말 개념이 확립된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ption), 의식 있는 소비(conscious consumption) 운동은 기업들에게는 ‘공포’였다. 그러나 패션업계가 이 ‘윤리적 소비’를 적극적으로 패션의 소재로 사용하면서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 소비를 하는 당신은 멋진 사람’이라는 개념을 팔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바람은 유럽과 미국에서 더 뜨겁다. 뉴요커들 사이에서는 요즘 ‘100% 공정무역 커피’를 내세운 ‘고릴라 커피’를 들고 다니는 게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쿨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패션 메이커들은 더 적극적이다. 지난 3월 영국 디자이너 안냐 힌드마치(Hindmarch)는 ‘비닐 봉지가 아니다(I’m Not a Plastic Bag)’라는 문구를 새긴 장바구니를 내놨다. 가수 마돈나(Madonna) 등 스타가 이걸 들고 다니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미국서는 2만5000개 한정판매에 8만 명이 줄을 섰고, 일본서도 7월부터 ‘특판’에 들어간다. 영국서 5파운드(약 9260원)였던 가방은 현재 ‘이베이’ 등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최고 300달러(약 27만8000원)에 팔리고 있다.
그러나 이 가방은 “명분만 그럴듯할 뿐,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한 중국 공장서 제작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유기농 면을 썼다는 스텔라 매카트니의 쇼핑 백은 약 46만원, 작게 접어 가방에 넣어 다닐 수 있는 에르메스 실크 장바구니는 약 89만원, 마르니의 쇼핑 백은 약 78만원이다.
한국에서도 ‘윤리적 소비’의 바람이 감지된다. ‘아름다운 가게’의 공정무역 커피 ‘히말라야의 선물’은 현재 대형 할인점 및 백화점, 커피숍 등에서 판매 중이다. 강남 일부 카페에서는 ‘공정거래된 커피’가 일반 커피의 2~3배의 가격에 팔리는 경우가 많다.
‘윤리적 소비’가 ‘패션’이 되다 보니 기업들의 홍보도 집중되고 있다. 음악방송 MTV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카본 배출 줄이기 캠페인’ 공익 광고를 162개국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윤리적 소비’를 보증한다는 각종 인증서도 쏟아지고 있다. 공정무역은 세계적으로 10여곳에서 발행되고, 패션 업계의 ‘친환경 마크’도 우후죽순이다. 이에 영국 하원은 지난 13일 “일부 소매상이 근거 없이 ‘공정무역’, ‘친환경’ 등을 내걸고 장삿속을 채우고 있다”며 “객관적이고 믿을 수 있는 인증이 필요하다”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윤리적 소비’에 많은 ‘세력’들이 개입하기 시작했을까. 세계적 광고대행사 영&루비컴의 해미쉬 맥레넌 사장은 “소비의 행태만 살짝 바꿔 줌으로써 소비를 부추길 수 있고, 환경운동자까지도 소비자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본주의의 ‘반성’에서 시작된 ‘윤리적 소비’가 매력적인 ‘돈 주머니’가 되고 있는 셈이다.
[김신영 기자 sky@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Comments